[MINI INTERVIEW] 금형으로 키운 명성, 레이저로 이어간다
[MINI INTERVIEW] 금형으로 키운 명성, 레이저로 이어간다
DMG MORI 이학범 영업상무
[산업일보 김진성 기자] 한 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기업이 그 명성에 취해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꺼리다 결국에는 지금까지 쌓은 업적마저 잃어버리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금형에서 명성을 얻은 DMC MORI는 과거의 명성에 집착하지 않고 레이저분야로의 도전을 이어가 이제는 레이저 기술 분야에서도 뚜렷한 발자국들을 남기고 있다.
레이저는 크게 네가지 장비로 다시 세분화되는데, 도구를 가공하는 장비, 파워드릴터빈, 블레이드 등 가공하기 힘든 재료에 구멍을 뚫는 파워드릴, 밀링머신을 이용한 금형 후 제품에 패턴을 입히는 레이저패턴, PCD 등 원재료를 잘라내는 파인컷팅 등으로 나뉜다.
DMG MORI는 지난 8일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본사 쇼룸에서 LASERTEC 관련 기술 세미나를 개최해 해당 분야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행사를 주최한 DMG MORI 측의 이학범 영업상무는 “보통 일 년에 이런 형태의 기술 세미나를 2~3차례 정도 여는데 이번 세미나는 DMG MORI에서 취급하는 200여개 설비 중 특수한 분야에 속하는 레이저를 이용한 장비에만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다”며 “레이저를 이용한 장비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오늘은 툴 가공에 사용되는 장비에 초점을 맞췄고 그중에서도 일반 툴로 가공할 수 없는 다이아몬드나 CBN, PCD 등의 소재를 가공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DMG MORI 측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레이저 장비를 사용한 사업에 대해 이 상무는 “하이테크 산업 즉, 항공우주산업-반도체, 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방위산업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산업에 레이저가 필요하다”며 “이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대부분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뛰어난 이들”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과 창의력이 발휘되기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는 것이 이 상무의 진단이다.
이 상무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올해는 전반적으로 레이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전 세계의 생산기지가 모여있는 중국에서 레이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어려운 업계의 현실에서 DMG MORI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기술력’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같은 업계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업체들에 비해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상무는 “그룹사 전체 차원에서 볼 때 매출액의 20~30%정도를 R&D에 투자한다”며 “DMG MORI의 목표가 해마다 새로운 모델을 10개 이상 개발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R&D에 투자하는 금액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DMG MORI는 레이저가공을 상용화한 최초의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R&D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각종 전시회마다 새로운 제품을 출품할 정도로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다 보니 제품의 서비스직원이 좇아가기도 힘들고 영업사원들도 공부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이 상무는 “레이저를 이용한 공정은 결국 ‘빛’을 콘트롤 해야 하는 첨단 기술인데, R&D를 통해 제일 먼저 시작했던 만큼 그에 따른 투자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 연구개발로 얻은 열매, 더 작은 기업과 나눠 가진다
DMG MORI측은 이러한 과감한 R&D투자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5축 챔피언’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있다.
이 상무는 “머신센터는 3축이 있고 5축이 있는데 DMG MORI는 5축 가공기를 제일 먼저 개발했고 다른 경쟁업체보다 5축에서 신뢰도와 생산성이 높다”며 “5축 장비가 DMG MORI의 차별화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독일의 프론톤에 있는 DMG MORI 공장에는 ‘에어로스페이스 엑셀런스 센터’라는 항공기부품 사업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외부업체들이 설계도를 갖고 오면 그에 대한 컨설팅을 해줄 정도로 지식과 노하우가 쌓여있다.
이곳에서는 이미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와 엔진 제조사와 협업을 진행 중인데 우리나라도 항공기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곳들이 있기 때문에 그 곳에 지원을 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8월에는 항공기 산업체들과 세미나를 진행했고 9월 중순에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됐던 바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DMG MORI 측은 자신들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과의 협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상무는 “품질이 좋고 더 최신 모델의 공작기계를 중소기업에 납품해 왔는데, 이를 통해 중소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며 “대만이나 중국산 기계를 사용한다면 중간급 클래스 부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데 DMG MORI의 제품을 사용해서 중간급이 아닌 최상급 클래스의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고 첨단제품을 소개해줘서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DMG MORI측이 역량을 기울이고 있는 항공기 부품제조의 경우 가공설비의 마무리 공정 제품은 대부분 독일제이고, 그 부품들을 대기업이 사가지만 그 부품을 만드는 업체는 20~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을 향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상무가 밝힌 내년도 DMG MORI의 사업 목표는 올해보다 20% 상승한 200대 판매를 목표이다.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자동차부품이나 항공기 부품 가공업체, 방위산업체, 원자력 발전소 등 아직 수요가 남아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 상무는 “DMG MORI는 원래 금형쪽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금형산업 자체가 지금은 침체되고 있기 때문에. ‘금형+레이저 패턴’ 등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며 “금형은 유지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의욕적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 상무는 정부의 해외업체 유치 정책에 대해 “해외업체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직접투자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데 정책적으로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며 “DMG MORI의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KTX 광명역 인근에 신사옥을 짓고 입주할 예정인데 부지매입 등의 절차가 너무 복잡했다”고 토로한 뒤, 외국 기업에 대한 정책지원이 아직 부족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