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측정기, 도약위한 ‘날개짓’
3차원 측정기, 도약위한 ‘날개짓’
3D측정으로 측정시간 및 정확도 획기적 개선
[산업일보 홍보영 기자] 3D 프린터를 비롯한 3차원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3차원 측정기에 막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산업현장에서는 수백 년 동안 부품의 부피와 크기를 측정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마이크로미터와 캘리퍼스 같은 도구가 측정에 사용됐지만, 정밀가공분야의 발전과 함께 보다 복잡하고 정밀한 측정이 요구되기 시작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3차원 측정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뤄졌다.
3차원 측정기는 서로 직각인 X, Y, Z축 방향으로 운동하며, 대상물의 가로, 세로, 높이의 3차원 좌표가 디지털로 표시되는 만능 측정기를 일컫는다.
기존에는 정반을 기준면으로 검사가 이루어졌고, 형상 정도 측정은 Straight Edge, Square Master, Optical Flat 등을 사용해 측정했으며, 길이 측정은 Gauge Block이나 Height Micrometer 등을 기준으로, Lever type dial test indicator나 Electronic Micrometer를 이용해 비교 측정 했다. 그러나 이런 검사 방법으로는 아날로그 계측에 의해 판독 실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정밀한 측정이 불가능했다.
이런 측정 기술의 한계에 부딪히던 찰나에 가공분야에서 NC 공작기계가 도입됐고 복잡한 부품의 곡면가공 및 고정밀도의 부품 가공이 가능해지게 되자, 측정 정밀도 향상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산업현장의 요구에 따라 측정기술의 활발한 연구 · 개발이 일어났고, 현재는 컴퓨터를 이용한 제어장치(CNC)를 부착해 무인측정도 가능해졌다. 또 접촉식 측정기뿐 아니라, 비접촉식 측정기도 상용화되고 있다.
정밀가공분야의 발달 외에도 측정 시스템의 디지털화와 길이, 각도, 구멍 등의 측정 데이터 처리에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점, 전자기술 발달에 따른 컴퓨터의 저가격화와 용량 확대, 우수한 측정분야 기술자 확보의 어려움, ISO 9000, QS 9000등의 도입에 의한 철저한 품질관리 체제 등이 3차원 측정기술의 발전을 촉진한 요인이다.
3차원 측정기의 발전사
3차원 측정기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는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보통 만능측정 현미경(Measuring Microscope)과 공구 현미경에 Z축 측정 부속장치를 붙여 사용하던 1920년대를 3차원 측정기의 시초라고 추정한다.
이후 산업현장의 요구에 따라 몇몇 회사에서 연구 · 개발을 거듭해 3차원 측정기가 발명됐지만, 이는 정밀 이송나사와 드럼(Drum)에 눈금을 사용한 마이크로미터 방식과 표준자와 측미현미경을 사용한 원시적인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1960년경 영국의 Ferranti사(현 IMS)에 의해 발명된 산업용 디지털 방식의 3차원 측정기가 오늘날 3차원 측정기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 측정기로 인해 아날로그 방식의 치명적인 결점이었던 읽음 오차가 극복됐으며, 더 이상 측정자의 숙련된 작업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
IMS사에서는 현재까지도 이러한 원리를 고수한 측정기를 제작 · 보급하고 있다. 그 뒤를 따라 많은 회사에서 다양한 3차원 측정기가 개발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3차원 측정기의 발전사에서 특별히 괄목할만한 점 중 하나는 전방향성 Touch Signal Probe의 개발이다. 이 프로브는 1971년 영국의 Renishaw사에서 개발 및 제작하고, Rolls-Royce사에 의해 특허 출원됐다. 약 2년 후부터 판매가 시작됐으며, 수년이 지난 후에 대다수의 3차원 측정기 제조 기업에서 이 프로브를 채용했다.
국내에서는 1987년에 한국기계연구소(KIMM)에서 최초로 3차원 측정기 연구 · 개발이 이뤄졌다. 이때 개발된 제품은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는데, 독일 Heidenhain사의 리니어 스케일과 Renishaw사의 TPI 검출기를 사용했고, 일반 범용측정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채용했다. 이후 (주)덕인, (주)동우 IMS 등 다양한 회사에서 3차원 측정기를 개발해 국내외에 보급하고 있다.
측정의 자동화, 작업시간 크게 줄어
3차원 측정기 개발로 사용자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 것은 측정능률의 향상이다. 3차원 측정기 개발 전에는 정반상에서 면과 축 설정 등 사전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컴퓨터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작업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또 측정기를 한번 설치하면 전면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설치 변경을 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측정점의 데이터가 컴퓨터에 의해 자동 연산되고 그 결과가 바로 프린트되기 때문에 사용이 편리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종래에는 측정에 어려움이 있었던 가공 위치로부터의 치수나 내면의 윤곽치수 등을 쉽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것도 눈에 띄는 발전이며, NC 공작기계로 가공하는 2, 3차원 측정물의 곡면 윤곽을 비롯한 보다 복잡한 형상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축 직경, 면 사이 폭 등, 단순 측정물의 1차원 측정은 비교측정기 등에 의해 고정밀도의 측정이 가능하지만 2차원 이상의 측정을 해야 할 경우에는 측정할 때마다 측정정도가 다르게 나타나 조합된 측정정도에 신뢰성이 떨어진다.
원래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경험과 측정지식을 숙지한 노련한 정밀 측정 기술자가 필요했지만, 3차원 측정기가 발명된 이후에는 이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접촉 신호 프로브(Touch Signal Probe)의 출현으로 최근의 Motor drive기, CNC기에서는 측정기술 등에 의한 개인 오차를 거의 배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3차원 측정기를 사용하면서 기존 방식으로 측정할 때에 비해 기계 작동이 단순해졌으며, 자동으로 산출된 측정값은 컴퓨터에 의해 연산처리 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현저히 적어졌다.
단지 편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측정범위도 넓어지고 훨씬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졌다. 미국에서 3차원 휴대용 측정기로 유명한 파로(FARO)의 한국 지사인 파로코리아의 박미경 과장은 “3D측정에서 중요한 것은 측정범위와 정확도”라며 보다 광범위한 측정범위와 높은 정확도가 3차원 측정기의 품질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CNC화된 3차원 측정기는 운동방향과 접촉속도 및 접촉위치 등의 운동요소가 완전히 균일하기 때문에 높은 측정 신뢰를 보인다. 같은 종류의 부품을 다량으로 측정할 때에도 반복 조작할 필요가 없으며, 측정 시작부터 종료까지 자동으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작업자가 다른 작업을 병행할 수 있어 작업 능률이 높다.
또 전 세계적으로 ISO 9000, QS 9000 등의 영향에 의해 품질관리 및 품질 보증분야에서 정밀측정의 중요성 크게 높아지고 있어, 3차원 측정기를 사용하는 업체는 자사의 상품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그러나 실제 산업현장에서 3차원 측정기를 도입하기를 원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할 것은 경제성의 문제일 것이다. 가동률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고, 기업의 이미지 향상 및 생산 공정의 단축 등을 채산성 면에서 평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생산기계와 달리 설비투자 평가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영국의 Ferranti사의 자료에 따르면 종래의 측정방법에 비해 컴퓨터가 없는 3차원 측정기는 평균 약 4배, 컴퓨터를 동반한 측정기는 평균 16배의 작업 능률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곡면의 윤곽측정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기존 방법으로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요약하자면, 3차원 측정기는 기존에 측정이 불가능했던 곡면 윤곽 측정 등을 정밀측정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접촉 방식뿐만 아니라, 비접촉 방식의 측정기도 개발돼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레이저로 대상물을 스캔하는 것만으로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 비접촉식 측정기는 기존 접촉식 측정기로는 측정 불가능했던 강성이 낮은 제품의 정밀측정도 가능케 해 측정기 사용 범위를 확대시켰다.
몸체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암(Arm)형태의 측정기도 보급돼 있어 작업자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편안하게 측정 작업에 임할 수 있다.
파로코리아의 박 과장은 “접촉식 측정기가 비접촉식 측정기에 비해 정확도는 더 높은 반면, 비접촉식 측정기로 더 자유로운 측정이 가능”하다며 “이런 두 방식의 장점을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접촉 방식과 비접촉 방식을 따로 교체할 필요 없는 제품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복잡한 구조의 작업물도 손쉽게 스캔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3차원 측정기는 기존 레이저 방식의 비접촉식 측정기로는 어둡거나 반사가 있는 표면을 정밀하게 스캔하는 것이 어려웠던 점을 개선한 제품이 출시되는 등 보다 세부적인 측면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3D측정기에 국내 中企 ‘호의적’
파로코리아의 박 과장의 말에 따르면 3차원 측정기는 선진국에서 이미 항공우주산업 및 자동차산업에서 필수적인 장비중 하나로 취급받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산업 군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현장에서 3차원 측정기에 대한 인식은 저조한 편. 그는 “전 세계적으로 파로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은 많은 대기업을 포함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75%는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 한국의 산업현장을 돌아보면서도 국내 중소기업들이 3차원 측정기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3차원 측정기에 대한 인식 제고가 이뤄진다면, 3차원 측정기 시장이 지닌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홍보영 기자 papersong@kid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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